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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추모정원, 소잃은외양간

2014년, 제3회 코리아가든쇼 '소잃은외양간' 조성 1년전 이 나라는 많은 금송아지들을 잃었다. 그런데 전원구조 오보를 비롯한 사후대처가 매우 불량했다. 매우매우매우매우! 그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그랬을까 도대체.

당시 국내 정원쇼 및 정원박람회에 제출되는 정원조성의 방향과 한국성 반영에 대한 반감과 이질감이 컸다. 조건에서 한국을 빌려오는 형식과 가든쇼라는 특수성에 한국성이 묻히고, 이질적인 정원분위기를 느꼈다. 정원박람회에 조성된 작가들의 정원을 폄하하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개인적인 느낌이 그랬다는 거.

하지만 2014년의 분위기에는 결코 세월호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해선 안 될 거 같았다. 세월호를 언급하며 묻혀가거나 묻어가고 싶지 않았다. 또한 정원쇼가 정치사회적 사건으로 이슈되길 바라진 않았다. 

1년간 자료를 조사하고, 몇가지 드러난 진실을 정원 공간에 직설적으로 나타내기로 했다. 가끔 메모리얼은 사건과 관련된 숫자, 날짜 등을 직접 드러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기에. 그러나 정원 제안서에는 결코 세월호와 관련된 단어와 맥락은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세월호 사건은 서해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CNN방송에서 보도된 세월호 뒷편의 병풍도는 진실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중요한 단서였다. 또한 잊을 수 없는 침몰된 세월호의 그 모습.

소잃은외양간.

소는 당시 배에 탑승한 아이들과 피해자들이다. 우리의 희망이며, 미래이자, 자원이며, 하나의 존재 자체로 보물과 같다. 그런 의미로 보면 소는 이 나라의 국민이기도 하다. 

외양간은 소가 살아가는 틀이자 국민이 살아가는 터전, 즉, 국가를 의미한다. 국민이 없다면 국가의 존재 가치는 없다. 아니 존재할 수 없다. 허나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국가와 주권자를 위해 봉사해야할 위정자들은 그 당시 그렇지 못했다.

소잃은외양간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과는 다르다. 소를 찾으러 나갈지, 외양간을 고칠지, 외양간을 없앨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 고민을 같이 해보는 의미에서 소를 잃은 외양간의 고정된 형상의 이미지를 담았다.

정원보다는 마당, 비워진 마당, 바다같은 마당을 조성하고자 한다. 왕의 궁궐정원과 양반의 별서정원, 지방의 서원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외부공간은 쓰기좋은 마당이다. 경관을 끌어오는 것도 좋지만 애써 집안에 자연을 끌어올 필요가 없던 그때, 마당은 실효성 높은 공간이었다.

쓰여진 식물 중 한국 특산, 멸종위기식물, 1속 1종 히어리. 세월호 추모 리본을 꼭닮은 작은 꽃 히어리.  금송아지 떠난 그 날 그 때 노란 꽃 피는 히어리. 

울룩불룩 볼륨감 높은 품종보다는 이 땅에 맞는 야생화, 이름모를 잡풀들. 정원쇼는 이웃정원보다 눈에 띄어야 하고, 장기자랑에서 결코 져선 안 된다. 애써 디자인된 정원이 눈에 띄지도 않고, 스쳐지나가게 되면 만든 사람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그렇다고 이 땅에 맞는 것을 애써 왜곡할 필요도 없을 터.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눈에 띄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만들어야 할 정원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개념/컨셉/재료도 좋지만 이 땅에 나서 이 땅에 사는 사람의 눈에 편한 정원도 가든쇼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건 한국은 조선과는 다르고, 조선은 고려, 삼국시대의 나라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국가구조와 사회체제, 기술발달과 기후, 국민의 인식과 문명화됨은 분명히 다르다. 

지금, 한국의 이야기를 하며 한국성을 찾으려 했던 소잃은외양간. 이 땅에 맞는 식물과 쓰기 쉬운 재료를 활용해 일반인의 모습으로 직접 만들었던 정원.  나의 이야기보다는 사회와 나라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평범소시민의 모습. 그것이 2015년, 그 당시 소잃은외양간에 담긴 이야기이다.

세월호 사건의 공간적 배경은 서해안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마지막 섬, CNN방송에서 보도된 병풍도 배경의 영상은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병풍도의 형태와 세월호 침몰 장소를 직접 반영하고 조성했다. 서해안의 해안선까지

가장 충격적이었고, 잊지 못할 광경인 세월호 침몰의 장면과 그것을 담은 단면. 첫 아이디어 스케치

 세월호가 침몰한 충격적인 광경을 비유한 스케치

 병풍도 부분의 조성 구상 스케치

 서해안과 병풍도, 세월호를 직접 묘사한 아이패드 스케치들, 이런 스케치를 통해 공간감을 찾아나간다. 

 리본을 꼭 닮은 히어리 노란꽃

 소를 잃은 외양간의 마지막을 떠오르게 하는 기울어 묻힌 여물통

 이 땅과 어울리는 꽃과 풀, 그리고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콘크리트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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